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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철규 작가 초대전 ANG GALLERY

    김철규 작가 초대전 ANG GALLE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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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간이 빚어놓은 예술, 캔버스에 새겨진 침묵의 조각 [SYMBOL]


    옥정호에 안개가 아름답게 스며든 날,

    옥정호를 내려다보는 앙갤러리 카페 앤 베이커리에서 김철규 작가를 만났다.

    그날의 옥정호는 물과 산의 경계가 흐려진 채 고요히 펼쳐져 있었다. 풍경 앞에 서 있으면 시간조차 잠시 숨을 고르는 듯한 감각이 든다. 잔잔한 수면 위로 스며드는 빛을 바라보는 동안, 설명보다 느낌이 먼저 도착했다.

    ANG GALLERY 에서 바라본 풍경

    ANG GALLERY 에서 바라본 풍경

    호수의 표면에 남은 미세한 결들처럼 그의 작업 또한 형태 이전에 시간의 흐름을 먼저 느끼게 했다. 그 풍경은 단순한 경치가 아니라 시간의 층을 바라보게 하는 하나의 장면처럼 다가왔다.

    이메일로 작품 설명서를 먼저 받아들었을 때 가장 궁금했던 것은 작품 표면을 갈아내는 과정이었다. 회화에서 무언가를 더하는 방식은 익숙하지만, 깎아내며 남기는 방식은 무엇을 드러내기 위한 선택일까. 작품을 직접 보여주실 수 있는지 여쭈었고, 마침내 그 작업을 눈앞에서 마주하게 되었다.

    가까이에서 본 작품은 겹겹이 쌓인 시간의 구조였다. 표면은 인쇄된 이미지처럼 정교하고 치밀해 그것이 갈아내는 과정을 거쳐 형성되었다는 사실이 쉽게 믿기지 않을 정도였다. 지워진 자리가 아니라 남겨진 자리, 덧입힌 것이 아니라 지나온 시간 자체가 작품을 이루고 있었다.

    작가는 자신의 작업이 인간의 이중성에 대한 사유에서 출발했다고 말한다. 대학 3학년 시절 아버지의 죽음을 마주한 경험은 삶과 죽음이 분리된 사건이 아니라 하나의 연속된 흐름이라는 감각을 남겼다. 전시를 준비하던 시기였기에 창작과 상실이 동시에 놓이는 상황은 인간 존재를 근본적으로 다시 바라보게 했다. 그 사유의 종착점에서 발견한 형식이 바로 주름이었다.

    인체풍경-주름 21-Ⅱ, acrylic on canvas, mixed media, 163cm x 228cm ,2021

    인체풍경-주름 21-Ⅱ, acrylic on canvas, mixed media, 163cm x 228cm ,2021

    그에게 주름은 신체의 변화가 아니라 세계와 나의 경계에서 생성되는 흔적이다.

    안과 밖이 분리되지 않고 이어지는 구조, 개인의 삶과 세계가 서로를 통과하며 남기는 결이다. 몸의 표면은 시간이 지나간 자리이며, 그 표면에 남은 흔적은 인간이 살아온 기록이다.

    세월호 사건은 그의 작업에 또 다른 전환점을 남겼다. 전시를 준비하던 시기, 사회 전체를 관통한 질문은 진실이었다. 인간의 가장 직접적인 진실은 무엇인가. 사람들의 세월과 삶의 경험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것은 무엇인가. 인간의 이야기를 그리던 작가는 결국 우리 몸에 남은 가장 직접적인 흔적, 주름을 작업의 중심에 두게 되었다.

    생계를 위한 작업의 흐름에서 벗어나 가족과 삶에 집중하던 시간 또한 중요한 변곡점이 되었다. 아버지의 죽음과 사회적 비극을 통과하며 그는 인간이 인식하는 방식과 별개로 존재하는 어떤 사실을 체감했다고 말한다. 사람은 인식하는 대로 세계를 바라보지만, 시간의 흔적은 해석 이전에 존재한다는 깨달음이었다. 이후 그의 작업은 설명보다 흔적에 가까워졌다.

    인체풍경-주름,22-XIX, acrylic on canvas, mixed media, 162cm x130cm, 2022

    인체풍경-주름,22-XIX, acrylic on canvas, mixed media, 162cm x130cm, 2022

    주름에 대한 그의 오랜 탐구는 상징적 형식으로 확장되었다.

    색에 대한 고민 역시 깊어졌다. 초기에는 명암 대비에 집중했다면 최근에는 색 자체의 관계와 울림을 탐구한다. 유럽의 오래된 성당 문양을 보며 인간의 피부와 주름 자체가 하나의 문양이 될 수 있다는 인식에 이르렀고, 오래된 실루엣이 의미를 담는 구조를 회화로 옮기는 작업이 시작되었다.

    그는 작업이 지나치게 디자인화되는 것을 경계한다. 회화가 지닌 생동감을 유지하기 위해 세계와 가장 밀접한 표면인 피부의 감각을 작업의 기반으로 삼는다. 형태 없이 자라는 잔디처럼 자연스럽게 형성되는 구조, 나무껍질을 연상시키지만 실제로는 인간의 실루엣에서 출발한 흔적들이다.

    현재 작가는 가장 한국적인 실루엣과 색을 찾는 과정에 있다.

    비취색은 한국인의 정서와 시간의 깊이를 함께 담아낼 수 있는 색으로서 앞으로 탐구해 나갈 방향으로 제시될 예정이다. 성실함과 집요함이라는 한국적 기질 또한 그의 작업 태도로 이어진다. 사포를 연필처럼 잘라 사용하는 방식은 시간과 노동의 축적을 작품에 남기기 위한 선택이다.

    SYMBOL 24- VI, acrylic on canvas, mixed media, 91cm ✕116.8cm, 2024

    SYMBOL 24- VI, acrylic on canvas, mixed media, 91cm ✕116.8cm, 2024

    그는 기술이 인간의 외형을 재현할 수는 있어도 살아온 시간이 남긴 흔적까지 만들어낼 수는 없다고 말한다. 그래서 주름은 인간만이 지닐 수 있는 시간의 기록이라고 본다. 인간다움은 완전함이 아니라 남겨진 흔적을 받아들이는 태도에서 드러난다는 그의 말은 작품 전반에 깊이 스며 있다.

    우리는 흔히 변화를 만들려 하지만 깊은 이해는 있는 그대로를 바라보는 데서 시작된다. 주름은 고쳐야 할 대상이 아니라 삶이 머문 자리이며 존재가 드러난 표면이다.

    필자에게 주름은 삶의 축적이며 삶이 지나온 시간의 가장 아름다운 흔적이다. 작품은 어떤 형상을 설명하기보다 인간이 살아낸 시간을 보여주고 있었고 그 시간은 보는 이 각자의 기억과 경험을 자연스럽게 비추어낸다.

    이번 전시는 한 작가의 작업 세계를 소개하는 자리를 넘어 인간이 남기는 흔적의 의미를 다시 바라보게 하는 시간이 될 것이다. 완전함을 향해 나아가는 시선이 아니라 살아온 시간을 받아들이는 태도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 서로 다른 세대가 함께 바라볼 때 더 깊이 읽히는 작업이기에 각자의 시간을 지닌 사람들이 한 공간에서 만나 자신의 삶을 새롭게 인식하는 경험이 되기를 기대한다.

    주름은 사라져야 할 흔적이 아니라 살아온 시간의 형태다. 그 시간을 마주하는 순간 우리는 자신의 삶을 더 또렷하게 이해하게 된다. 이번 전시가 그 만남의 자리가 되기를 바란다.


    전시일정 : 2026. 2. 21 – 4. 26

    오프닝 및 작가 도슨트

    일시: 2월 21일 토요일 오후 3시

    장소: 앙갤러리 (전북 임실군 운암면 운정길 94-15) https://naver.me/FUhsk2yA

    김 철 규 (KIM CHEOUL KY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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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형예술학 박사 (국립군산대학교 대학원) 홍익대학교 대학원 회화전공

    개인전 33회 앙갤러리, 가람화랑, 지든갤러리,숨 갤러리, Gallery ijoo, 전주 KBC갤러리, 국회아트갤러리,우진문화공간, 오산시립미술관, 가나인사아트센터, 관훈갤러리 등)

    2025 KIAF (COEX, 서울) 2025 화랑미술제 (COEX, 서울) 외 기획전 및 단체전 190회

    현) 덕성여자대학교 겸임교수


    글 | 박제리 | Jeri Park

    전시기획자, 오팔아트센터 관장 ‘앙갤러리’를 통해 동시대 미술의 새로운 흐름을 기록하며 예술과 대중의 접점을 고민한다.

    문의 : opalartcenter@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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